잃어버린 ‘무예의 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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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묵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5-01-16 [15:34]


▲임성묵 논설위원/본국검예 저자 © 무예신문

조선무사영웅전 자산 안확이 1920년경 준비하여 1940년에 편찬한 책으로 역사 속에 기록된 위대한 조선 무사들의 일대기를 마치 인물열전처럼 기록하여 일제 암흑기에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 조선무사도의 원류와 발전과정, 조선무예의 역사를 종합하여 무사정신의 근원을 찾아 정리하여 기록한 최초 책이다.
 
자산 안확은 실의에 빠진 조선인들에게 무인정신을 심어주어 독립정신을 고취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조선무사영웅전은 1899년 일본의 니토베 아나조의 「무사도」와 1936년 중국 양계초의 「중국의 무사도」와 함께 우리 조선에도 「무사도」 있음을 알리는 자존심이었다. 자산은 조선의 선비정신 속에 무인의 정신이 들어있음을 주장하고 무인들이 문무를 겸전 할 것을 기대한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이러한 책을 쓴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했을 것이다. 
 
전통무예가 말살된 지금 조선무사영웅전은 조선말 선조들이 어떠한 무예를 어떠한 방식으로 배웠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무예도보통지의 예도와 조선무사영웅전에 기록된 검결을 비교해보면 무예도보통지에 있던 퇴보군란, 발초심사세 창룡출수세 등의 검결이 빠져있고 검결의 순서도 다르다. 본국검법을 조선특법이라하고 장교분수세를 장사분수, 발초심사세를 규초심문라 하였으며 전기세 다음의 후일격이 빠져 있다. 이러한 것으로 비쳐보면 무예도보통지의 내용을 알고 정리한 것만은 분명하나 무예도보통지의 내용을 직접 보았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조선무사영웅전에는 무인들이 알아야할 매우 중요한 기록들이 있다. 조선세법의 검결을 수련하면서 28수의 검결을 풀어 창가로 낭송케 하였다. 마치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듯이 검결을  낭송하며 검법을 수련한 것이다. 선조들은 조선세법 검결이 가지는 제례적 상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검결의 낭송이 시중에 퍼져 이무기와 용가리의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 초식의 이름을 부르면서 검을 휘두른다. 그들은 검결이 가지는 의미를  검을 통해 구현시킨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선조들이 검을 수련하고 운용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고 수련했던 방식이다.

조선세법을 실전적으로 빠르게 행하기도 하지만 창가를 부르면서 검결의 의미를 살려 천천히 행했던 것이다. 이 모습이 마치 중국의 태극검의 모습과 닮지 않았는가? 맨손의 태극권에 검을 들면 태극검이다. 검법과 맨손무술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중국의 태극권은 맨손 동작에 이미 관념이 들어있다. 검법에서 분리된 우리의 맨손무술도 조선세법과 연결되어 무의미한 손동작이 아니라 유의미한 손동작으로 살아나야 한다. 이처럼 조선세법은 방향을 잃은 우리의 무예에 등대와 같다. 조선세법은 한민족 무예정신의 뿌리인 것이다. 그러기에 조선세법이 동양의 무경이라 하는 이유다.

조선세법의‘洗(세)’자가‘선’의 음가를 가진 것은 천제를 드리는 경우 조선세법이 조선선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선’의 음가인 ‘仙, 禪, 鮮’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중한 글자들이다.
지금의 무예도장에서 이러한 것을 알지도 못하고 계승된 곳이 한 곳도 없다. 단순하게 칼 쓰는 술기를 배우고 베는 술기에만 몰두하여 수련한다. 연유가 불분명한 검형을 만들어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더러는 실전과 무용한 영화적 기법으로 검법의 외형만 따라한 것에 불과하다. 검의 정신이 없으니 그저 멋지게 휘두르는 것에 만족한다. 혼을 잃은 것이다.
 
조선세법을 해독하면서 검결에서 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선세법은 천제로 시작해서 천제로 마무리 한다. 무예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말은 그냥 했던 헛소리가 아니다. 무인들이 사용하는 ‘도, 술, 법’은 ‘예’속에 포함된 과정의 개념이다. ‘예도≠도예, 예술≠술예, 예법≠법예’처럼 ‘예’와 결합된 단어는 예도, 예술, 예법처럼 앞에 ‘예’자가 붙을 때 자연스럽다. 도술≠술도, 도법≠법도를 보면 ‘도’가 ‘술과 법’보다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느껴지나 ‘예’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선무사영웅전에 본국검법은 검결을 노래로 풀어서 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본국검법의 검결도 시어로 구성되어 있다. 본국검법과 조선세법을 익히려면 이러한 정신과 의미를 체득하면서 검의 기법을 하나하나 전수 받아야한다. 술기만 수련하면 '살인검'이 된다. 자칫 이무기가 될 수 있다. 술기를 쫓는 무인은 술기로서 무예의 깊이를 따지려하기 때문에 술기가 높아지면 교만해질 수 있다. 정확한 검결의 의미와 검법에 들어있는 검결의 정신을 함께 수련해야 진정한 '활인검'이 된다. 이것이 바로 ‘검의 혼’이다. 
 
지금 우리 모든 무예에 ‘혼’이 없는 것은 이러한 무예의 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무예의 혼’을 깨우치지 못하고 술기가 정점에 오르면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무인이 문무를 겸전하여 잃어버린 무혼을 채워야 한다. 검은 단순한 무예가 아니다.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의 정수는 동작이 아니다. 무경인 검결 속 에 담긴 무예의 ‘혼’을 수련한 자 만이 검의 혼을 느끼고 검신일체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 위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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