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들이여! 사부(師父)의 존칭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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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묵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5-01-09 [10:51]


▲임성묵 논설위원/본국검예 저자 © 무예신문
선생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스승은 선생에게 배움을 받는 자가 선생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선생이란 호칭은 주로 연장자에게 쓰였으나 고려시대 이후 나이가 어려도 학덕이 높으면 선생이라 불러 주었다. 호칭은 중국과 한국에서는 이름은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하여 호와 시호를 사용했는데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용어 속에는 정체성과 신분이 들어있다. 선생이란 용어도 현대에 와서 직업적으로 위치가 달라지다보니 강사, 교사, 교수 등 새로운 용어로 신분을 구분하였다. 이처럼 직위를 나타내는 명칭은 소중한 개념과 가치를 내포한다.

사부는 국왕의 스승에게 사용하는 존칭어다.

사부(師傅)는 중국 주나라 때의 태사(太師)와 태부(太傅)를 칭하는 것으로 역대 황태자의 스승을 통칭하는 말이다. 조선시대에 왕자를 교육하던 시강원 정1품 벼슬 또는 강서원의 종1품의 벼슬이 또한 사부이다. 사부(師傅)라는 직책의 용어가 개인적 용어인 사부(師父)와 병행하여 쓰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부는 무인의 용어이고 스승은 문인의 용어가 된다. 예부터 사부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위엄과 군사부일체의 개념을 지켜온 것이 무예계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사부가 사용되다가 사범(師範)이란 용어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마스터'란 용어가 살며시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마 태권도가 외국으로 진출하면서 세계화란 명분으로 자연스럽게‘사범’을 영어의‘마스터'로 사용한 것 같다.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범과 사부를 마스터로 대체 되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부가 사범의 하위 개념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선생이 여러 존칭으로 구분 되듯이 무예계에서는 사부의 존칭에서 사범의 존칭이 파생되었다. 사범을 가르친 것이 사부다. 무예계에서는 사부가 최상위의 개념을 가진다. 사범과 사부는 동일개념이 아니다. 사부가 마스터와 동일 개념이 되면 외국의 ‘슈퍼마스터’또는‘그랜드마스터’는 무슨 개념으로 설명할 것인가? 개념을 모르는 외국인은 사범이 사부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이 ‘마스터'라 하면 오히려 ‘사범'이라 고쳐 부르도록 정중히 가르치고 무인 스스로 ‘마스터'라 부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얼마 전 무예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세계무예마스터십'’개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무예마스터’ 그럴 바에야 무예라는 말도 외래어로 바꾸어 우리의 무예를 통째로 외국에 받치는 것이 났다. 물론 그중에는 용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분도 계서서 다행이지만 과연 제도화 과정에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걱정이다. 더구나 식자들이 명칭을 제도화하려는 것은 무예철학이 없는 것이다. ‘무예마스터’라 하면 우리 무예의 사부가 결국은 외국인이란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무예에 외래의 무예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인가? 명칭이 제도화되는 것은 후대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끼칠 것이 자명하다.

외국인이 태권도의 용어를 우리말로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외국에 우리의 무혼을 심는 것이다. 우리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무예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독도, 다케시마, 동해, 일본해를 가지고 왜 한일 간에 지금 치열한 용어전쟁을 하는가? 개념이 곧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소유권이 되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 없이 용어를 쓰면 우리 무예의 정체성이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일반인이 개념 없이 사용하는 것도 걱정인데 제도권에 있는 지도층에서 스스로 나서서 우리 무예에 외래의 개념을 접붙여 사용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제도권에 있는 식자들이 무엇이 소중한줄 모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상고시대부터 야금야금 문인들에 의해 용어가 변질되고 말살되고 있다. 그들은 국가와 민족에게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른다.

실은 술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개념이다. 우리의 용어를 제도화하고 외래어를 설명어로 쓰면 될 것을 구태여 우리의 용어와 외래의 용어를 혼합하여 쓴단 말인가, 제도를 만드는 식자들이 신중히 생각하여 우리의 무예를 지켜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무인들이여! ‘사부’는 ‘스승’보다 격이 높다. 사부는 왕을 지도했던 지고지상 무인들의 자존심이 깃들은 소중한 존칭어다. 지금껏 천대 받아온 무인이 유일하게 문인보다 더 상위의 존칭인 '사부'를 제자들이 부르게 하고 스스로도 ‘사부’에게‘사부’라고 부를 때 자신이 더 멋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 무인들이‘사부’의 존칭을 도장에서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무인들이 지켜온 사부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제자들이‘마스터’라고 우리를 부를 것이다.
 
※ 위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무예신문 (http://mooy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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