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포츠 영화이야기 ‘녹원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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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철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20-10-21 [10:17]

▲  무예신문


경마 역시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는 종목임에 틀림없다. 그간 경마를 소재로 했던 영화는 여러 편 나왔는데, 그 중 <녹원의 천사>가 많은 올드 팬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명화임이 분명하다. ‘백년 만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미녀’라는 칭송이 늘 따랐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녀가 12살 어린 나이에 주연한 영화다.


원제는 ‘NATIONAL VELVET’인데, ‘벨벳’은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 ‘말(馬)’을 매우 사랑하고, ‘승마’를 대단히 좋아하는 예쁜 소녀의 ‘인간승리’ 사연이 주제다.


1920년대 후반, 영국의 한 작은 마을이 무대다. 벨벳 브라운이라는 소녀는 1남 3녀를 둔 어느 화목한 가정의 귀여운 딸이다. 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소녀에게 경매에 나온 말이 우여곡절을 끝에 그녀에게 낙찰된다. ‘파이’라는 이름의 이 말은 야생마의 기질이 채 가시지 않아 동네를 마구 휘젓고 질주하는 등 난폭하지만, 기량이 만만찮은 말이기도 하다.

 


이 즈음, 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승마대회가 목전에 다가왔다. 벨벳은 파이를 출전시키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집에서 기거 중인 ‘마이’라는 이름의 떠돌이 청년(미키 루니 扮)과 둘이 말을 강도 높게 훈련시키며 출전에 대비한다. 소녀의 튀는 행동에 동네 사람들은 다들 코웃음 치지만, 젊은 날 유명한 수영선수였던 어머니(앤 리비어 扮)만 딸의 결심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선수시절에 받아서 꽁꽁 숨겨놨던 상금까지 비용에 쓰라며 선뜻 내준다.


트레이너 역할은 청년 마이가 하기로 했다지만, 문제는 바로 기수였다. 여자에겐 출전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시합, 적임자를 구하려 아무리 애를 써도 돈을 노리는 사기꾼들만 꼬일 뿐,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그 때 절묘한 아이디어 하나가 번개처럼 벨벳의 뇌리에 스친다. 바로 자신이 남장을 하고 출전하는 것이다.


30개의 점프를 감당해야 하는 세계 최고의 장애물 경주, 그 이름은 ‘그랜드 내셔널!’, 경주는 시작되고, 순위는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 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간발의 차이로 파이 등에 올라탄 벨벳이 우승한다. 그런데 결승선을 넘는 순간 기진맥진한 소녀는 말 잔등에서 떨어져 실신한다. 응급치료를 받으면서 결국 여자임이 들통난다. 우승이 취소된 건 당연지사, 그러나 벨벳은 추호도 개의치 않는다. 애초의 뜻은 100% 이뤄졌고, 그녀는 이미 영웅이 된 것이다.


그간 한 가족처럼 지내며 소녀를 돌봤던 마이는 벨벳의 집을 떠난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그는 더 나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집을 나선 것이다. 아름다운 석양을 등진 두 사람의 석별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이후 대배우로 성장한다. ‘그늘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라는 영화 속 벨벳 어머니의 한 마디 대사가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 것 아닐는지? 클로렌스 브라운이 감독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됐고, 우리에겐 영원한 추억이 될 영화가 바로 <녹원의 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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