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포츠영화 이야기 ‘더 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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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철 영화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24-01-17 [12:37]

▲ 무예신문

 

영화 <더 복서(The Boxer)>는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처절한 권투시합 장면이 어우러진 대단히 감동적이며 수준 높은 작품이다.

 

IRA(아일랜드 공화군)에 가담했다가 장기간 복역한 왕년의 스타 복서 ‘대니 플린’이 14년 만에 출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낡은 가방 하나 달랑 걸쳐 메고 고향 벨페스트로 돌아오는데, 그의 출소 소식에 많은 사람이 크게 동요한다.

 

그는 옛 트레이너와 함께 체육관을 다시 세우고, 권투를 통해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시도한다. 복역하는 동안 자신의 절친과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옛 연인 ‘메기’와의 사랑이 되살아나지만, IRA 강경파는 정치적으로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대니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살던 그는 이젠 사랑을 위해 싸운다면서 런던에서 열리는 권투시합에 참가한다. 사각의 링에 다시 오르는 그를 반기면서 고향 사람들은 ‘대니 보이’ 노래를 합창하며 응원한다. 대니는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지만, IRA 강경파들의 적이 된다. 결국 대니는 고향을 떠나게 되고, 메기 역시 ‘사랑을 피해 살아갈 수는 없다’라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간다.

 

아일랜드의 정치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이 영화는 짐 셰리던 감독의 전작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연장선에 있다. 감독은 곁가지에 눈을 돌리지 않고, 권투를 통해 평화를 기원하는 한 사내를 통해 ‘피투성이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새털처럼 가벼운 스타들이 즐비한 영화계에서 주인공 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진정한 카리스마가 뭔지를 온몸으로 표출해 낼 수 있는 아주 드문 배우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 김주철 영화칼럼리스트, 한국방송인회 감사

현란한 줄넘기 훈련 모습으로부터 피가 튀는 권투경기까지 그는 아일랜드 실제 복싱 영웅 배리 맥기건의 지도를 받으며 훌륭한 복서로 재탄생했다. 그의 연인 메기 역의 에밀리 왓슨 역시 호연을 펼친다.

 

영화 <나의 왼발>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연기를 위해 몇 달간 병원에서 생활했을 정도로 자신의 연기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 영화에서도 매일 6시간씩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 장면을 만들어냈다.

 

1997년 제작의 영화 <더 복서>는 정치와 남녀 간의 사랑을 조화롭게 토해낸 뛰어난 작품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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